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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능력은 있으나 충성심 없는 인재는 써야 하는가, 버려야 하는가 본문
4화. 능력은 있으나 충성심 없는 인재는 써야 하는가, 버려야 하는가
raonmemory 2025. 9. 23. 06:00
실력은 확실한데 마음이 안 보이는 사람
성과 평가표만 놓고 보면 나무랄 데 없는 사람이 있습니다. 맡은 일은 정확하고 빠르게 처리하지만, 회식 자리에서도 회의 시간에도 조직에 대한 애정이나 소속감은 좀처럼 드러내지 않습니다.
관리자는 이런 사람 앞에서 묘한 갈증을 느낍니다. 실력은 인정하면서도, 이 사람이 정말 우리 편인지 확신할 수 없다는 찜찜함이 마음 한구석에 남기 때문입니다.
능력 하나만으로 자리를 지키는 사람일수록, 조직은 그 능력을 붙잡아야 할지 그 마음을 의심해야 할지 판단을 미루게 됩니다.
이 판단의 유예는 생각보다 오래갑니다. 결정적인 순간이 오기 전까지는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되는 질문이기에, 조직은 그 인재를 곁에 두면서도 온전히 믿지는 못하는 어정쩡한 상태를 계속 이어가게 됩니다.
충성심이라는 잣대는 언제부터 필수가 되었나
따지고 보면 충성심은 업무 능력과 무관한 감정의 영역입니다. 그런데도 많은 조직은 이 감정을 채용과 승진의 숨은 기준으로 삼아 왔습니다. 함께 갈 사람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려는 오래된 본능 때문입니다.
이 본능은 조직이 작고 불안정할수록 더 강하게 작동합니다. 자원이 부족한 조직은 언제 떠날지 모르는 사람에게 투자하기를 꺼리고, 그래서 충성심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담보를 먼저 요구하게 됩니다.
문제는 이 담보가 실제 성과와는 별개의 잣대라는 점이 자주 잊힌다는 데 있습니다.
규모가 커진 조직에서도 이 본능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다만 형태가 바뀔 뿐입니다. 노골적으로 마음을 확인하는 대신, 회식 참석률이나 사적인 친밀도 같은 우회적인 지표로 충성심을 가늠하려는 관행이 자리를 대신합니다.
떠날 사람처럼 대하면 정말 떠나는 사람이 된다
충성심이 부족해 보인다는 이유로 중요한 기회에서 배제된 인재는, 실제로 그 조직에 대한 마음을 서서히 접기 시작합니다. 의심이 실제 이탈을 만들어내는 자기실현적 예언이 되는 것입니다.
반대로 충성심을 의심받으면서도 계속 실력으로 결과를 내는 사람은, 조직에 남아 있는 동안에도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된 사람처럼 취급받습니다. 이런 대우 속에서 정말로 오래 남으려는 인재는 드뭅니다.
결국 조직이 두려워하던 이탈은, 충성심 부족이 아니라 그 의심 자체가 만들어낸 결과일 수 있습니다.
더 씁쓸한 것은, 이 과정이 반복되며 조직 스스로 그 결과를 자신의 예측이 옳았다는 증거로 받아들인다는 점입니다. 의심이 이탈을 부르고, 그 이탈이 다시 다음 의심의 근거가 되는 순환은 좀처럼 끊어지지 않습니다.

능력 우선 전략과 충성 우선 전략의 실제 성적표
능력을 우선하는 조직은 당장의 성과에서 앞서갑니다. 마음이 완전히 열리지 않은 인재라도, 결과를 낼 수 있다면 중요한 자리를 맡기고 그만큼의 대우를 해 줍니다.
충성을 우선하는 조직은 안정적인 팀워크를 얻는 대신, 종종 최고의 실력자를 놓칩니다. 마음을 증명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유능한 인재는, 그 사이 다른 조직의 제안을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두 전략 중 어느 쪽이 더 나은지는 산업의 성격과 시기에 따라 달라지지만, 확실한 것은 충성만을 고집하는 조직은 변화가 빠른 환경에서 점점 더 불리해진다는 사실입니다.
빠르게 바뀌는 시장에서는 새로운 인재를 계속 받아들이고 검증해야 하는데, 충성심부터 확인하려는 절차는 그만큼 의사결정의 속도를 늦추기 때문입니다.
신뢰는 마음이 아니라 반복된 결과로도 쌓인다
충성심을 감정으로만 정의하면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신뢰를 반복된 행동의 결과로 정의하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마음을 드러내지 않아도, 약속을 어기지 않고 결과를 꾸준히 내는 사람은 시간이 지나며 다른 방식의 신뢰를 쌓아갑니다.
이런 신뢰는 화려하지 않지만 단단합니다. 감정적인 애착 대신, 예측 가능성이라는 형태로 조직과 개인 사이를 이어주기 때문입니다.
겉으로 티가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런 신뢰는 종종 과소평가됩니다. 그러나 위기의 순간에 실제로 조직을 지탱하는 것은, 뜨거운 애정을 표현하는 사람보다 묵묵히 결과를 지켜온 사람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조직이 이 신뢰의 형태를 인정하지 못한다면, 겉으로 드러나는 충성심만 좇다가 정작 가장 믿을 만한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 실수를 반복하게 됩니다.
감정으로 드러나는 충성과 결과로 증명되는 신뢰는 서로 다른 속도로 자랍니다. 전자는 짧은 시간에도 표현할 수 있지만, 후자는 오직 시간과 반복을 통해서만 축적된다는 차이를 조직은 종종 잊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충성인가, 예측 가능성인가
능력은 있으나 충성심이 안 보이는 인재 앞에서 우리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물어야 합니다. 마음으로부터 우러나는 애정인지, 아니면 언제든 믿고 맡길 수 있다는 예측 가능성인지 말입니다.
이 둘을 구분하지 못하면, 조직은 계속 손에 잡히지 않는 마음을 확인하려다 눈앞의 실력을 놓치는 선택을 반복하게 될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깊은 충성이 아니라, 충성이라는 말의 더 정확한 정의일지도 모릅니다.
그 정의를 다시 세우는 순간, 능력은 있으나 마음이 안 보이는 인재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도 함께 달라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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