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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팀 간 협업의 붕괴는 개인의 실패인가, 구조의 실패인가 본문
13화. 팀 간 협업의 붕괴는 개인의 실패인가, 구조의 실패인가
raonmemory 2025. 8. 29. 23:26
서로를 탓하며 끝난 프로젝트
몇 달을 준비한 협업 프로젝트가 결국 실패로 끝났습니다. 결과 보고 자리에서 두 팀은 서로에게 책임을 돌립니다. 한쪽은 정보 공유가 늦었다고, 다른 한쪽은 요구사항이 계속 바뀌었다고 말합니다.
회의실을 나서는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이제 상대 팀에 대한 불신만 남습니다. 다음 협업 프로젝트가 생기면, 이번 실패의 기억이 먼저 떠오를 것입니다.
이 불신은 다음 프로젝트의 시작점부터 영향을 미칩니다. 정보 공유는 더 조심스러워지고, 필요한 요청조차 늦게 전달되며, 결국 우려했던 실패가 스스로 실현되는 방향으로 흘러가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 실패가 정말 두 팀 중 누군가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애초에 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구조 속에서 예정된 결과였는지는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경영진은 대개 이런 실패를 팀 간의 손발이 맞지 않은 문제로 정리하고 넘어갑니다. 그러나 그 손발이 애초에 맞기 어려운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었다면, 문제의 뿌리는 전혀 다른 곳에 있는 셈입니다.
사람을 탓하는 것이 구조를 살피는 것보다 쉽다
실패의 원인을 사람에게서 찾는 것은 빠르고 간단합니다. 누가 게을렀는지, 누가 소통을 못 했는지를 짚어내면 이야기는 금방 정리됩니다.
반면 구조의 문제를 살피는 일은 훨씬 복잡합니다. 두 팀의 목표가 애초에 어긋나 있었는지, 평가 기준이 서로의 협업을 방해하도록 설계되어 있었는지를 확인하려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 확인 과정은 종종 여러 부서의 이해관계를 건드리게 되어, 담당자 한 사람이 쉽게 손댈 수 없는 영역까지 넘어가곤 합니다. 그래서 더더욱 미뤄지고, 결국 다음 실패까지 그대로 남겨집니다.
이 번거로움 때문에 많은 조직은 쉬운 길, 즉 사람을 탓하는 길을 선택하고 구조는 그대로 남겨둡니다.
결국 같은 구조 위에서 다음 담당자가 배치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슷한 실패가 반복되는 패턴이 이어집니다. 조직은 매번 새로운 사건이라 여기지만, 사실은 같은 이야기의 반복일 뿐입니다.
서로 다른 목표를 가진 팀은 협업할 수 없다
두 팀이 각자 다른 지표로 평가받고 있다면, 그 둘은 아무리 선의를 가져도 진짜 협업에 이르기 어렵습니다. 한쪽은 속도를, 다른 한쪽은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평가받는다면, 두 팀의 최선은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구조에서 협업의 실패는 사실 예정된 결과에 가깝습니다. 개인의 역량이나 성실함과 무관하게, 애초에 다른 목적지를 향해 걷도록 설계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들을 투입해도, 서로 다른 지표를 향해 최선을 다하는 한 그 최선들은 필연적으로 부딪히게 됩니다. 개인의 역량은 이 구조적 충돌 앞에서 무력해집니다.

구조를 먼저 살피는 조직과 사람만 바꾸는 조직
협업이 실패했을 때, 어떤 조직은 목표와 평가 체계부터 다시 들여다봅니다. 두 팀이 같은 방향을 보게 만드는 공통의 지표를 새로 설계하고, 정보가 자연스럽게 오갈 수 있는 절차를 정비합니다.
반면 어떤 조직은 담당자만 교체합니다. 새로운 사람이 오면 다를 것이라 기대하지만, 구조가 그대로인 한 새로운 담당자도 같은 자리에서 같은 갈등을 다시 마주하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면 두 조직의 차이는 분명해집니다. 구조를 고친 조직은 협업의 성공률이 점차 올라가지만, 사람만 바꾼 조직은 협업 실패의 역사를 계속 새로 쓰게 됩니다.
이 차이는 몇 번의 프로젝트만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몇 년의 시간이 쌓이면 조직 전체의 협업 문화 자체를 갈라놓을 만큼 커집니다.
책임을 묻는 방식이 다음 협업의 질을 결정한다
실패 이후 책임을 묻는 방식은 다음 협업의 분위기를 미리 결정짓습니다. 개인을 향한 비난으로 끝난 실패는, 다음번에 각자 자신을 보호하는 데 급급한 방어적인 협업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반면 구조의 문제로 정리된 실패는, 다음번에 서로를 탓하는 대신 함께 시스템을 고치려는 협력적인 태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큽니다.
책임을 어디에 두는가는 결국 다음 협업이 방어전이 될지, 함께 문제를 푸는 과정이 될지를 가르는 갈림길이 됩니다.
우리가 고쳐야 할 것은 사람인가, 판인가
협업이 무너질 때마다 조직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지금 문제 삼고 있는 것이 그 판 위에서 움직인 사람들인지, 아니면 애초에 잘못 짜인 그 판 자체인지 말입니다.
판을 그대로 둔 채 사람만 계속 바꾸는 조직은, 다음번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반복하게 될 것입니다. 진짜 변화는 사람이 아니라 판을 고치는 데서 시작될 때가 많습니다.
다음 협업이 시작되기 전, 누가 참여하는가보다 먼저 그 판이 애초에 협업할 수 있게 짜여 있는가를 점검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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