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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곁에 둘 수 없는 인재는 정리 대상인가, 아니면 배치의 실패인가 본문
5화. 곁에 둘 수 없는 인재는 정리 대상인가, 아니면 배치의 실패인가
raonmemory 2025. 9. 24. 06:00
어느 자리에서도 겉도는 사람
한 팀에서 다른 팀으로, 다시 또 다른 팀으로 옮겨 다니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디서도 눈에 띄는 사고를 치지는 않지만, 어디서도 확실히 자리를 잡지 못합니다. 결국 조직은 이 사람을 정리 대상 명단에 슬며시 올려놓습니다.
표면적인 이유는 늘 비슷합니다. 이 사람과는 함께 일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어려움이 정말 그 사람만의 문제인지, 아니면 자리 자체가 애초에 맞지 않았던 것인지는 좀처럼 따져보지 않습니다.
따져보지 않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한 사람의 부적응을 문제 삼는 것이, 자리를 배정한 시스템 전체를 되돌아보는 것보다 훨씬 손쉽기 때문입니다.
여러 팀을 거치는 동안 쌓인 낙인은 이제 그 사람의 이름과 함께 따라다닙니다. 새로운 팀장은 인수인계 서류를 보기도 전에, 이미 다루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선입견부터 넘겨받습니다.
이 선입견은 새로운 자리에서도 똑같은 결과를 반복시키는 힘을 갖습니다. 색안경을 끼고 지켜보는 시선 속에서는, 아무리 다른 모습을 보여도 예전의 평가가 다시 확인되는 것처럼 읽히기 쉽기 때문입니다.
당사자 역시 이 시선을 감지합니다. 처음부터 의심받는 자리에서는 누구라도 평소만큼의 역량을 온전히 드러내기 어렵고, 그 위축된 모습은 다시 선입견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쓰이는 악순환이 이어집니다.
정리와 배치는 서로 다른 질문에서 출발한다
정리 대상이라는 판단은 이 사람 자체가 문제라는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반면 배치의 실패라는 판단은 이 사람을 엉뚱한 자리에 놓은 조직의 결정이 문제라는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두 질문은 전혀 다른 방향을 가리킵니다.
실제로는 같은 사람이 어느 자리에서는 골칫거리로, 다른 자리에서는 핵심 인재로 완전히 다르게 평가받는 사례가 드물지 않습니다. 문제의 원인이 사람이 아니라 자리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조직은 사람을 옮기는 대신 사람을 정리하는 쪽을 먼저 선택합니다. 새로운 자리를 찾아주는 일보다, 그 사람을 내보내는 일이 훨씬 간단하고 빠르기 때문입니다.
간단한 선택이 늘 옳은 선택은 아닙니다. 그러나 당장의 성과 압박 속에서는, 시간이 걸리는 재배치보다 즉시 처리할 수 있는 정리 쪽으로 결정이 기울기 쉽습니다.
적재적소라는 말은 누구의 책임을 가리는가
적재적소라는 말은 흔히 인재를 향한 조언처럼 쓰이지만, 사실은 배치를 결정하는 조직을 향한 책임의 언어이기도 합니다. 맞지 않는 자리에 놓인 인재의 실패는, 그 배치를 결정한 사람의 판단 실패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책임은 좀처럼 배치를 결정한 쪽으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실패의 결과는 대개 그 자리에 있던 개인의 역량 부족으로 정리되고, 배치를 설계한 조직의 판단은 다시 검토되지 않은 채 넘어갑니다.
책임의 방향이 이렇게 한쪽으로만 흐르는 한, 조직은 같은 배치 실수를 반복해도 그 사실을 스스로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원인을 잘못 짚은 채로는 같은 결과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습니다.

몇 번의 실패 뒤에도 같은 방식으로 배치하는 이유
한 사람이 여러 자리에서 연달아 어려움을 겪으면, 조직은 보통 그 사람의 문제로 결론을 내리고 배치 방식 자체는 그대로 유지합니다. 매번 새로운 사람을 새로운 자리에 밀어 넣고, 맞지 않으면 다시 옮기거나 내보내는 방식이 반복됩니다.
이런 시행착오형 배치는 당장은 편리해 보입니다. 정교한 분석 없이도 사람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편리함의 대가는, 정작 적합한 자리를 찾지 못한 채 조직을 떠나는 인재들의 숫자로 조용히 쌓여갑니다.
결국 조직은 인재가 부족하다고 말하면서도, 이미 곁에 있던 인재를 알맞은 자리에 놓는 일에는 충분한 시간을 들이지 않는 모순을 반복하게 됩니다.
밖에서 새로운 인재를 찾는 노력은 화려하게 포장되지만, 안에서 이미 확보한 인재를 다시 살펴보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습니다. 채용은 성과로 기록되어도, 재배치는 좀처럼 성과로 기록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리를 선택하기 전에 물어야 할 것들
누군가를 정리 대상으로 결정하기 전, 조직은 몇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볼 수 있습니다. 이 사람에게 다른 자리를 제안해 본 적이 있는가, 이 사람의 강점이 지금 자리와 얼마나 어긋나 있는가와 같은 질문들입니다.
이 질문들을 건너뛰고 곧장 정리를 선택하는 조직은, 어쩌면 인재를 잃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발견하지 못한 가능성을 잃는 것에 더 가깝습니다.
짧은 시간이라도 이 질문들에 답해보려는 시도 자체가, 정리라는 결론을 좀 더 신중하게 만드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지우려는 것은 사람인가, 우리의 실수인가
곁에 둘 수 없는 인재라는 말은 편리한 결론이지만, 정직한 결론은 아닐 수 있습니다. 그 결론 뒤에는 처음부터 자리를 잘못 정한 조직의 판단이 숨어 있을 가능성이 늘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를 정리하기로 결정하는 순간, 우리는 정말 그 사람의 한계를 확인한 것인지, 아니면 우리 자신의 배치 실수를 조용히 지우고 있는 것인지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답에 따라 다음번 배치는 조금 더 신중해질 수도, 아니면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자리로 남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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