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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경제학 | 5화 영양제 시장 2조 — 효과가 있는 것은 몇 가지인가 본문
몸의 경제학 | 5화 영양제 시장 2조 — 효과가 있는 것은 몇 가지인가
raonmemory 2026. 10. 6. 07:00
2023년 한국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2조 3천억원을 넘었습니다.
1인당 연간 평균 지출액은 약 4만 5천원입니다. 그러나 실제 구매층만 따지면 영양제를 정기적으로 복용하는 성인 1인의 월평균 지출은 3만 8천원, 연간 45만원 수준입니다. 건강기능식품을 사는 사람은 꽤 많이 삽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 과학적으로 효과가 검증된 것은 몇 가지나 될까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고시한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원료는 2023년 기준 100종이 넘습니다. 그러나 이 중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가 반복 검증된 원료는 손에 꼽힙니다. 나머지는 제한적 근거, 기능성 인정, 전통적 사용 근거 등의 표현으로 허가를 받은 것들입니다. 허가와 효과 검증은 다릅니다.
영양제 시장이 2조원이 된 방법 — 근거보다 마케팅이 먼저다
건강기능식품 광고는 의약품 광고와 기준이 다릅니다. 의약품은 임상시험 결과를 근거로 광고해야 하고 효능·효과 표현에 엄격한 제한이 있습니다. 건강기능식품은 식약처가 인정한 기능성 문구 안에서 표현이 가능하며, 그 문구 자체가 소비자에게는 효과 보장처럼 읽힙니다.
"장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는 도움이 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일부 조건에서 일부 사람에게 일정 범위의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광고에서는 유산균 복용 전후 그래프, 전문가처럼 보이는 출연자, 만족 후기가 이 문구 옆에 붙습니다. 소비자가 받아들이는 메시지는 전혀 다른 것이 됩니다.
2022년 소비자원 조사에서 건강기능식품 구매자의 61%는 광고나 지인 추천을 구매 결정의 주요 근거로 꼽았습니다. 의사나 약사의 권유는 12%였습니다. 시장이 2조원이 된 것은 효과가 2조원어치 검증됐기 때문이 아닙니다. 마케팅이 근거보다 먼저 소비자에게 닿았기 때문입니다.
효과가 비교적 명확하게 검증된 것들 — 그리고 조건
모든 영양제가 근거 없는 것은 아닙니다. 특정 조건에서 특정 인구에게 효과가 반복 확인된 성분들이 있습니다.
비타민 D는 일조량이 부족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사람, 실내 근무자, 고령층에게 혈중 농도 유지 목적으로 보충할 경우 효과가 비교적 명확합니다. 2022년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 발표된 VITAL 연구는 비타민 D 보충이 특정 암 사망률을 낮추는 데 연관이 있다는 결과를 보고했습니다. 다만 이미 혈중 농도가 충분한 사람에게는 추가 보충 효과가 제한적입니다.
오메가-3는 중성지방 수치가 높은 환자에게 처방 수준의 용량에서 효과가 확인됩니다. 그러나 일반 건강 목적으로 시판되는 오메가-3의 용량과 처방 의약품 수준 용량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시판 제품을 일반적인 건강 유지 목적으로 복용하는 것의 효과는 연구마다 결과가 엇갈립니다.
마그네슘은 근육 경련, 수면 질 개선, 스트레스 반응 조절에 관한 연구들이 축적되어 있습니다. 현대 식단에서 마그네슘 섭취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 보충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인정되는 편입니다.
이 세 가지 외에 일반 건강인이 복용하는 대부분의 영양제는 효과가 제한적이거나 특정 조건에서만 유효합니다. 종합비타민의 경우 영양 결핍 상태가 아닌 성인에게 암, 심혈관 질환, 인지 기능 저하를 예방한다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현재 주류 의학계의 입장입니다.

근거 없는 영양제에 돈을 쓰는 것이 문제인 이유 — 기회비용으로 보면
영양제에 연간 45만원을 지출하는 사람이 그 돈으로 실제 건강 검진 추가 항목을 받거나, 1차 의원 정기 방문을 늘리거나, 식품 구성을 바꾸는 데 쓴다면 어떨까요.
2021년 하버드 T.H. 챈 공중보건대학원 연구에 따르면, 영양제 보충보다 식단의 채소·과일 비중을 높이는 것이 만성 질환 예방 효과에서 일관되게 우월한 결과를 보였습니다. 영양제로 채울 수 없는 것을 식품은 제공합니다. 식이 섬유, 파이토케미컬, 다양한 미량 원소의 조합은 단일 성분 보충으로 재현되지 않습니다.
비용 측면에서도 차이가 납니다. 연간 45만원을 영양제 대신 채소와 단백질 식품 구성에 집중하면 식단 전체의 질이 올라갑니다. 건강 지출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방향이 바뀌는 것입니다.
영양제를 먹는 것이 건강 관리를 하고 있다는 심리적 안도감을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안도감이 실제 식습관 개선이나 운동을 미루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영양제가 면죄부가 되는 구조입니다.
영양제를 고를 때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기준
무조건 끊으라는 것이 아닙니다. 기준을 가지고 선택하라는 것입니다.
첫째, 혈액 검사 결과를 먼저 확인하십시오. 비타민 D, 철분, 마그네슘, 아연은 혈액 검사를 통해 결핍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결핍이 확인된 상태에서 보충하는 것과 결핍 여부를 모른 채 보충하는 것은 다릅니다. 건강검진 항목에 없다면 의원에서 개별 검사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둘째, 복용 중인 약물이 있다면 반드시 의사나 약사에게 먼저 물어보십시오. 오메가-3는 혈액 응고에 영향을 줄 수 있어 항혈소판제와 병용 시 주의가 필요합니다. 고용량 비타민 E도 유사한 문제가 보고되어 있습니다. 영양제는 약이 아니지만 약과 상호작용을 합니다.
셋째, 한 번에 여러 가지를 시작하지 마십시오. 여러 가지를 동시에 복용하면 어떤 것이 효과가 있는지, 부작용이 있는지 판단할 수 없습니다. 한 가지씩 4~8주 단위로 시작하고 몸의 변화를 기록하십시오.
오늘 딱 하나만 하십시오.
지금 복용 중인 영양제 목록을 종이에 적으십시오. 각각 왜 먹기 시작했는지, 효과를 실제로 느꼈는지 옆에 적으십시오. 이유가 없거나 효과를 모르는 것이 있다면 다음 달부터 끊어보십시오. 3개월 후 달라지는 것이 있는지 확인하십시오.
2조원 시장에서 내 돈의 방향을 내가 정하면 됩니다.
※ 본문의 영양제·건강 정보는 참고용이며, 복용 결정 전 반드시 의사 또는 약사와 상담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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