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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on light's blog

9화. 원포인트업 전략은 차별화인가, 또 다른 획일화인가 본문

𝓔𝓬𝓸𝓷𝓸𝓶𝔂 𝓪𝓷𝓭 𝓛𝓲𝓯𝓮𝓽𝓻𝓮𝓷/02. 📈트렌드를 따른다는 것

9화. 원포인트업 전략은 차별화인가, 또 다른 획일화인가

raonmemory 2025. 10. 2.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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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 속, 빨간 목도리를 맨 뒷모습.

모두가 같은 것 하나씩만 다르게

비슷한 검은 코트를 입은 사람들 사이에서, 어떤 사람은 빨간 목도리로, 어떤 사람은 화려한 귀걸이로 포인트를 주고 있었습니다. 옷차림의 기본은 다들 비슷했지만 그 한 가지 포인트만큼은 저마다 달랐습니다. 유행하는 스타일링 방식 중 하나인 원포인트업 전략이 거리 곳곳에서 눈에 띄었습니다. 전체는 무난하게, 포인트 하나만 과감하게 주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은 개성을 드러내는 영리한 방법처럼 보입니다. 튀지 않으면서도 나만의 색깔을 살짝 보여 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 포인트를 주는 방식 자체가 이미 정해진 공식이라는 점은 조금 다른 질문을 던집니다.

모두가 같은 공식으로 포인트를 주고 있다면, 그것은 정말 각자의 개성일까요, 아니면 개성처럼 보이도록 짜인 또 하나의 유행일까요.

 

포인트 전략이 인기를 끈 이유

원포인트업 전략이 널리 퍼진 데에는 실용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전체를 새롭게 바꾸지 않고도 작은 아이템 하나로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은 시간과 비용 모두에서 효율적입니다. 기본 옷차림을 여러 벌 갖추는 대신 포인트 아이템 몇 개만 바꾸면 다양한 인상을 연출할 수 있으니, 실속 있는 소비 방식이기도 합니다.

이 전략은 또한 실패의 위험을 줄여 줍니다. 전체를 과감하게 바꾸는 것은 부담스럽지만, 작은 포인트 하나라면 실패해도 큰 타격이 없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취향을 조심스럽게 실험해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방식은 안전하면서도 시도해 볼 만한 선택지가 됩니다.

직장인들에게도 이 전략은 유용합니다. 정장이나 단정한 옷차림이 요구되는 자리에서 완전히 자유롭게 옷을 고르기는 어렵지만, 작은 액세서리나 색깔 있는 소품 하나로는 개인의 취향을 슬쩍 드러낼 수 있습니다. 규칙이 있는 환경 안에서 최대한의 표현을 끌어내는 실용적인 타협인 셈입니다.

 

공식이 된 개성 표현

문제는 이 방식이 하나의 확고한 공식으로 자리 잡으면서 벌어집니다. 무난한 바탕에 포인트 하나라는 틀 자체가 유행이 되면, 사람들은 그 틀 안에서만 자신을 표현하게 됩니다. 포인트로 무엇을 고르는지는 각자 다르지만, 포인트를 주는 방식 자체는 모두 같습니다. 이는 마치 같은 문장 구조 안에서 단어만 바꾸어 말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패션 산업의 입장에서 이런 공식은 매력적입니다. 전체 스타일을 다 바꾸라고 설득하는 것보다, 포인트 아이템 하나만 새로 사라고 설득하는 것이 훨씬 쉽기 때문입니다. 계절마다 새로운 포인트 아이템이 제안되고, 소비자들은 그 아이템을 하나씩 사들이며 유행을 따라갑니다. 결과적으로 이 전략은 개성을 표현하는 방법이면서 동시에 꾸준한 소비를 유도하는 마케팅이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 포인트 아이템의 종류 자체도 유행을 탑니다. 어느 시즌에는 스카프가, 다음 시즌에는 특정 색의 가방이 포인트 아이템으로 제안됩니다. 자유롭게 고른 것 같은 포인트도 실은 그 시즌에 제시된 좁은 선택지 안에서 골라진 것일 때가 많습니다.

패션 잡지나 온라인 콘텐츠에서 이번 시즌 포인트 아이템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되는 목록들은, 결국 소비자들이 무엇을 사야 할지 미리 정해 주는 안내서 역할을 합니다. 그 안내서를 따라가는 것이 편리하기는 하지만, 그만큼 선택의 폭은 안내서가 정한 만큼으로 좁아집니다.

 

손으로 낡은 목도리를 조심스럽게 손질함

공식 안에서도 가능한 진짜 개성

그렇다고 이 전략이 개성을 완전히 지운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같은 공식 안에서도 무엇을 포인트로 고르는지, 그것을 어떻게 조합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납니다. 유행하는 아이템을 그대로 따르는 사람도 있지만, 자신만의 오래된 물건이나 특별한 의미가 담긴 아이템을 포인트로 삼는 사람도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 공식은 같아도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완전히 다릅니다.

결국 틀 자체보다 그 틀을 채우는 내용이 개성을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유행하는 포인트 아이템을 사서 채우는 것과, 자신의 역사가 담긴 물건으로 채우는 것은 겉모습은 비슷해도 그 안의 의미는 전혀 다릅니다.

 

포인트를 고르는 기준을 바꾸는 것

진짜 개성을 원한다면 포인트 아이템을 고를 때 유행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기준으로 삼아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여행지에서 산 액세서리, 오래 간직해 온 낡은 시계처럼 개인적인 사연이 담긴 물건은 유행과 상관없이 그 사람만의 포인트가 됩니다. 유행하는 아이템과 이런 개인적인 아이템을 섞어 쓰는 것도 균형 잡힌 방법입니다.

결국 원포인트업이라는 공식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 그 포인트에 무엇을 채워 넣을지를 스스로 고민하는 태도가 진짜 개성을 만드는 열쇠일 것입니다.

 

빨간 목도리를 다시 보다

거리에서 보았던 빨간 목도리를 두른 사람은 알고 보니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것이라고 했습니다. 같은 자리에 있던 다른 포인트 아이템들과 겉모습은 비슷했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전혀 다른 무게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결국 질문은 여기에 남습니다. 내가 고른 포인트 아이템은 유행이 제안한 것을 그대로 따른 것일까요, 아니면 나의 이야기가 담긴 것일까요. 그리고 그 차이를 아는 것만으로 우리의 스타일은 얼마나 더 나다워질 수 있을까요.

다음번엔 유행하는 매대보다 오래된 서랍을 먼저 열어 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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