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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on light's blog

🛒 Part 2. 쇼핑의 새 규칙 | 6화. 검색 순위와 추천 목록은 누구 편인가 본문

𝓔𝓬𝓸𝓷𝓸𝓶𝔂 𝓪𝓷𝓭 𝓛𝓲𝓯𝓮𝓽𝓻𝓮𝓷/08.📊미래소비 리포트

🛒 Part 2. 쇼핑의 새 규칙 | 6화. 검색 순위와 추천 목록은 누구 편인가

raonmemory 2025. 7.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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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위에 있는 상품을 고르는 이유

생수를 사려고 쇼핑 앱에 생수라고 입력하면 수백 개의 상품이 줄지어 나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맨 위의 몇 개를 훑어보고 그중 하나를 고릅니다. 스크롤을 끝까지 내려 모든 상품을 비교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맨 위에 있다는 것은 많이 팔렸거나 평가가 좋다는 뜻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검색 순위는 소비자가 가장 쉽게 믿는 추천이자, 가장 덜 의심하는 추천입니다. 그런데 그 순위를 정하는 규칙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순위표를 만드는 쪽이 동시에 상품을 파는 쪽이라면 이야기는 더 복잡해집니다. 이번 화는 검색 순위와 추천 목록이 과연 누구 편인지라는 질문을 실제 사건을 통해 따라가 봅니다.

1,628억 원짜리 순위표

2024년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이 검색 순위를 조작해 자기 상품을 부당하게 앞세웠다고 판단하고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처음 발표된 과징금은 1,400억 원이었고, 이후 위반 기간을 반영해 228억 원이 더해지면서 모두 1,628억 원이 되었습니다. 당시 국내 유통업계에 부과된 과징금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보도되었습니다. 공정위는 쿠팡이 2019년 2월부터 조사 시점까지 여러 가지 알고리즘을 이용해 최소 6만 4,250개의 자기 상품을 검색 결과 상단에 고정했다고 보았습니다. 여기서 자기 상품이란 쿠팡이 직접 사들여 파는 상품과 쿠팡의 자체 브랜드, 곧 PB 상품을 말합니다.

순위만이 아니라 후기도 문제가 되었습니다

공정위가 문제 삼은 것은 순위만이 아니었습니다. 임직원이 자사 상품에 후기를 작성하게 해 그 상품이 실제보다 우수한 것처럼 보이게 했다는 점도 지적되었습니다. 공정위는 검색 알고리즘 조작과 임직원 후기로 소비자를 오인시켜 구매를 유도하는 행위를 멈추라는 시정명령을 함께 내렸습니다. 순위와 후기는 소비자가 상품을 고를 때 가장 많이 기대는 두 가지 신호입니다. 두 신호가 모두 판매자의 손을 탈 수 있다면, 소비자가 스스로 판단했다고 믿는 선택의 상당 부분은 사실 설계된 결과일 수 있습니다.

어두운 방 노트북 쇼핑 검색.

추천은 유통업의 본질인가, 기만인가

쿠팡은 이 결정에 불복해 서울고등법원에 소송을 냈습니다. 법정에서 쿠팡은 온라인 쇼핑몰이 상품을 추천하는 것은 유통업의 본질이며, 단순한 검색 서비스와 달리 검색 중립 의무를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오프라인 마트가 자기 브랜드 상품을 눈높이 진열대에 올려놓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는 논리입니다. 공정위는 쿠팡이 순위 기준을 설명한 방식과 실제 순위를 정한 방식이 달랐다는 점을 들어 소비자를 속인 것이라고 맞섰습니다. 비슷한 쟁점을 다룬 네이버 쇼핑 사건의 판결을 두고도 두 쪽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과징금 부과와 판결 확정은 다른 이야기인 만큼, 최종 결론은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합니다.

마트의 진열대와 앱의 순위표는 무엇이 다를까

오프라인 마트도 자기 브랜드 상품을 좋은 자리에 놓습니다. 그런데도 앱의 순위가 더 민감하게 다뤄지는 이유가 있습니다. 마트에서는 진열대를 둘러보며 다른 상품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지만, 앱에서는 화면에 보이지 않는 상품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또 마트의 진열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보이지만, 앱의 순위는 사람마다 다르게 보일 수 있어 무엇이 조정되었는지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앱은 이 순위가 판매량이나 소비자 평가 같은 객관적인 기준으로 정해진 것처럼 보이게 만듭니다. 소비자가 순위를 믿는 만큼, 순위를 정하는 쪽의 책임도 무거워집니다.

자체 브랜드가 늘어나는 이유

플랫폼이 자체 브랜드 상품을 늘리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중간 유통 단계를 줄여 이윤을 높일 수 있고, 판매 데이터를 바탕으로 잘 팔릴 상품을 골라 만들 수 있습니다. 소비자에게도 같은 품질을 더 싼 값에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문제는 플랫폼이 심판과 선수를 동시에 맡는다는 데 있습니다. 경기장을 운영하면서 자기 팀을 뛰게 하는 셈이라, 규칙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쉽게 기울 수 있습니다. 자체 브랜드 자체가 잘못이 아니라, 그 상품이 다른 상품과 같은 규칙으로 경쟁하는지가 핵심입니다.

해외에서도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 질문은 한국만의 것이 아닙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017년 구글이 검색 결과에서 자사 가격 비교 서비스를 경쟁 서비스보다 유리하게 보여 주었다며 24억 2천만 유로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유럽연합 최고법원은 2024년 이 결정을 확정했습니다. 유럽연합은 이후 거대 플랫폼이 자사 서비스를 우대하지 못하도록 하는 디지털시장법을 만들었습니다. 플랫폼이 시장의 길목을 쥐게 되면서, 그 길목에서 자기 상품을 앞세우는 일을 어디까지 허용할지는 여러 나라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가 되었습니다.

추천 목록 뒤의 이해관계

검색 순위만이 아닙니다. 함께 사면 좋은 상품, 이 상품을 본 고객이 본 다른 상품, 지금 많이 팔리는 상품처럼 앱 곳곳의 추천 목록에는 각자의 이해관계가 섞여 있습니다. 광고비를 낸 상품, 수수료가 높은 상품, 재고를 빨리 소진해야 하는 상품이 소비자의 취향과 함께 계산에 들어갑니다. 추천이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이면서 동시에 판매자를 위한 매대라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문제는 그 두 얼굴 가운데 어느 쪽이 더 크게 작동하는지를 소비자가 알 길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대형 마트 시리얼 코너의 자체 브랜드 비교.

순위를 거꾸로 읽는 습관

소비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순위를 한 번 더 의심하는 것입니다. 검색 결과의 정렬 기준을 추천순에서 판매량순이나 낮은 가격순, 리뷰 많은순으로 바꿔 보면 전혀 다른 목록이 나타나곤 합니다. 상품명 옆의 광고 표시, 자체 브랜드 표시를 확인하는 습관도 도움이 됩니다. 같은 상품을 다른 쇼핑몰이나 가격 비교 서비스에서 한 번 더 검색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몇 초의 번거로움이 순위표를 만든 쪽의 의도를 걸러 내는 필터가 되어 줍니다.

순위표를 만드는 사람의 책임

검색 순위는 이제 단순한 정렬 기능이 아니라 시장의 문지기 역할을 합니다. 한 번 상단에 오른 상품은 더 많이 팔리고, 더 많이 팔린 상품은 다시 상단에 머뭅니다. 그 출발점이 공정하지 않다면 경쟁 자체가 기울어집니다. 초개인화 시대에 소비자가 요구해야 할 것은 순위가 없는 세상이 아니라, 순위가 어떤 기준으로 정해지는지 알 권리입니다. 다음 화에서는 순위만큼이나 소비자를 붙잡아 두는 장치, 유료 멤버십의 요금이 오를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짚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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