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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과 열정의 제국 | 🇫🇷 프랑스편 | 🎵 7화 | 왕의 아침을 깨운 음악, 레베유의 정치학 본문

1670년 가을, 베르사유 궁전 왕의 침실 앞 복도에 새벽 여섯 시가 됐다.
문 너머에서 소리가 흘러나왔다. 현악기였다. 조용하고 단정한 선율이었다. 왕이 눈을 뜨는 시간이었다. 레베유. 기상 음악이었다. 그런데 복도에는 이미 사람들이 서 있었다. 공작. 백작. 왕자. 화려한 복장을 갖춘 귀족 수십 명이 왕의 침실 문 앞에 줄을 섰다. 새벽부터.
그들은 음악을 들으러 온 것이 아니었다. 왕이 눈을 뜨는 순간 그 방 안에 있기 위해 새벽부터 기다린 것이었다.
레베유는 단순한 기상 음악이 아니었다.
루이 14세의 하루는 음악으로 시작됐다. 왕의 침실에 소속된 음악가들이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연주를 시작했다. 선율이 흐르면 왕이 눈을 떴다. 그리고 기상 의식이 시작됐다. 앙트레라 불리는 이 의식은 단계별로 나뉘었다.
첫 번째 앙트레. 왕의 주치의와 수석 시종이 들어왔다. 왕의 건강을 확인했다. 두 번째 앙트레. 왕자들과 가장 가까운 귀족들이 들어왔다. 세 번째 앙트레. 고위 귀족들이 들어왔다. 네 번째 앙트레. 그 외 귀족들이 들어왔다. 마지막으로 일반 신하들이 들어올 수 있었다.
어느 앙트레에 속하는가. 이것이 베르사유 귀족의 신분증이었다. 첫 번째 앙트레에 들어갈 수 있는 자는 왕과 가장 가까운 자였다. 마지막 앙트레는 복도에서 왕의 얼굴을 잠깐 볼 수 있는 것으로 끝났다. 레베유 음악이 시작되는 순간 베르사유의 서열이 가동됐다.

이 구조를 설계한 것은 루이 14세 자신이었다.
왕은 귀족들을 베르사유에 불러 모았다. 자신의 영지에서 독립적으로 살면 반란의 씨앗이 됐다. 베르사유에 있으면 매일 왕의 눈 아래 있었다. 그러나 강제로 가두면 반발이 생겼다. 루이 14세는 다른 방법을 썼다. 특권을 만들었다. 왕의 아침에 참석하는 것을 영예로 만들었다.
귀족들은 스스로 새벽부터 달려왔다. 첫 번째 앙트레에 들어가기 위해 전날 밤부터 준비했다. 왕이 눈을 뜰 때 옆에 있다는 것. 왕의 셔츠를 건네드린다는 것. 이것이 권력의 상징이 됐다. 귀족들은 그 순간을 위해 베르사유에 머물렀다. 감금이 아니었다. 자발적 복종이었다. 루이 14세는 음악 하나로 귀족들을 스스로 길들였다.
레베유 음악 선곡도 왕이 직접 관여했다. 너무 가벼우면 위엄이 없었다. 너무 무거우면 아침부터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딱 적당한 선율. 왕의 위엄을 드러내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기분을 만드는 음악. 수석 음악가 륄리가 매일 새벽 그 음악을 준비했다.
레베유가 끝나면 왕의 하루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아침 식사도 음악과 함께였다. 그랑 쿠베르라 불리는 왕의 공식 식사는 악단이 연주하는 가운데 진행됐다. 귀족들이 둘러서서 왕이 식사하는 것을 지켜봤다. 왕이 먹는 것을 구경하는 것이 특권이었다. 악단은 식사 내내 연주했다. 요리가 바뀔 때마다 곡이 바뀌었다. 왕이 포크를 내려놓으면 음악도 멈췄다.
저녁 시간에는 쿠셰라 불리는 취침 의식이 있었다. 기상 의식의 역순이었다. 다시 음악이 흘렀다. 귀족들이 역순으로 물러났다. 마지막으로 수석 시종이 나갔다. 문이 닫혔다. 그날 하루가 끝났다.
왕의 하루는 음악으로 열리고 음악으로 닫혔다. 그 사이에 귀족들의 하루도 함께 열리고 닫혔다. 베르사유에 사는 귀족들은 자신의 시간이 없었다. 왕의 시간표에 맞춰 살았다. 왕이 일어나면 일어났다. 왕이 식사하면 서서 구경했다. 왕이 잠들면 물러났다. 베르사유에서 귀족들의 삶은 왕의 음악에 맞춰진 악보였다.
이 구조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루이 14세가 늙으면서였다.
말년의 루이 14세는 종교에 깊이 빠졌다. 화려한 무도회가 줄었다. 레베유도 예전만큼 성대하지 않았다. 귀족들은 조금씩 베르사유를 떠나기 시작했다. 파리로 돌아갔다. 살롱 문화가 생겼다. 왕의 음악이 아닌 자신들의 음악을 즐기기 시작했다.
루이 15세 때는 더 달라졌다. 레베유 의식이 간소화됐다. 귀족들의 참석이 줄었다. 형식은 남아있었지만 긴장감이 없었다. 루이 14세가 만든 음악 권력의 구조가 서서히 힘을 잃었다.
1789년 혁명이 오자 레베유는 완전히 사라졌다. 왕이 사라졌으니 왕의 기상 음악도 사라졌다. 귀족들이 사라졌으니 새벽부터 복도에 줄을 서는 자도 없었다.
지금 베르사유 왕의 침실은 박물관이다. 매일 관광객들이 들어온다. 화려한 침대를 사진 찍는다. 그러나 이 방 앞 복도에서 수십 명의 귀족들이 새벽부터 서서 음악 소리를 기다리던 날들이 있었다. 한 단계라도 더 앞의 앙트레에 들어가기 위해.
낭만과 열정의 제국에서 아침을 깨우는 음악은 자명종이 아니었다. 권력의 순서를 매일 다시 확인하는 신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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