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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알고리즘이 만든 욕망은 나의 욕망인가 본문

스마트폰 속 캠핑 의자 광고를 든 인물의 뒷모습.
어제 검색했던 그 물건이 오늘도 따라온다
어제 저녁 무심코 검색해 본 캠핑 의자가 오늘 아침 뉴스 사이트 배너에도, 저녁에 본 유튜브 영상 아래에도 따라와 있었습니다. 사려던 마음은 이미 반쯤 접었는데, 자꾸 눈에 밟히니 결국 장바구니에 담게 되었습니다. 담고 나서야 궁금해졌습니다. 이건 내가 원해서 산 걸까, 자꾸 보여 줘서 원하게 된 걸까.
요즘 우리가 마주하는 광고와 추천은 예전과 다릅니다. 모두에게 같은 것을 보여 주던 시대에서, 각자의 검색 기록과 클릭, 머문 시간을 읽어 그 사람만을 위한 화면을 짜는 시대로 넘어왔습니다. 알고리즘은 이렇게 나보다 먼저 내가 좋아할 만한 것을 알아내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 정확함이 편리한 동시에, 어딘가 꺼림칙한 기분을 남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취향을 읽는 것이 아니라 취향을 만드는 구조
알고리즘은 취향을 알아맞히는 것이 아니라 반응을 유도하고 그 반응을 다시 학습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캠핑 의자를 검색한 행동은 관심의 증거이지만, 그 관심을 계속 자극하는 노출은 관심을 관심 이상으로 키우는 힘을 가집니다. 처음의 호기심이 반복된 노출을 거치며 필요로 굳어지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가 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저 평소처럼 화면을 넘기고 영상을 보는 것뿐인데, 그 행동 하나하나가 데이터가 되어 다음에 보여 줄 것을 결정합니다. 알고리즘의 목적은 나를 만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나를 화면 앞에 더 오래 붙잡아 두는 것에 가깝고, 그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계속된 소비 유도입니다.
어떤 상품을 한 번 클릭했을 뿐인데 몇 주 동안 비슷한 상품이 계속 따라다니는 경험은 이 구조가 사람의 취향보다 사람의 행동 패턴에 반응한다는 사실을 보여 줍니다. 취향은 복잡하고 자주 바뀌지만, 알고리즘이 붙잡는 것은 그 순간의 클릭이라는 단순한 신호입니다.
더 나아가 알고리즘은 실수로 클릭한 것과 진심으로 관심 있어 클릭한 것을 구분하지 못합니다. 호기심에 한 번 눌러 본 광고, 친구가 보여 줘서 잠깐 본 상품도 똑같이 관심의 신호로 기록됩니다. 그 결과 내가 실제로 원한 적 없는 것들이 관심사 목록에 슬며시 끼어들고, 그 목록을 바탕으로 다음 화면이 다시 짜입니다.
좁아지는 화면, 넓어지는 확신
맞춤형 추천이 쌓이면 필터 버블이라 부르는 현상이 함께 자랍니다. 내가 좋아할 만한 것만 보여 주는 화면은 시야를 넓혀 주는 대신 좁혀 놓습니다. 관심 있는 취미와 관련된 상품만 계속 보게 되면, 그 취미가 내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실제보다 크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소비의 영역에서 이 좁아짐은 지갑에 직접 영향을 미칩니다. 특정 카테고리의 상품이 반복해서 노출되면 그 카테고리 안에서 비교하고 고르는 데만 익숙해지고, 애초에 다른 선택지가 있었는지는 점점 알기 어려워집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물건 중에서 내가 보는 것은 알고리즘이 골라 준 좁은 창일 뿐인데, 그 창이 전부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좁아진 화면이 오히려 확신을 키운다는 사실입니다. 같은 종류의 상품과 후기를 반복해서 보다 보면 그것이 지금 가장 필요하고 합리적인 선택처럼 느껴집니다. 좁아진 시야는 불안하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잘 알아보고 결정했다는 감각으로 다가옵니다.

모두가 다르게, 그러나 결국 비슷하게
맞춤형이라는 말은 나만을 위한 것이라는 인상을 줍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비슷한 나이, 비슷한 소득, 비슷한 검색 습관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비슷한 상품이 추천됩니다. 알고리즘은 개인을 보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속한 통계적 집단을 보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각자 다른 화면을 보고 있다고 믿으면서도, 실제로는 비슷한 소비로 수렴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나만 알아본 특별한 물건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나와 비슷한 수십만 명에게 동시에 노출된 물건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 특별함은 조금 빛이 바랩니다.
개인화라는 이름이 실제로는 세밀하게 나뉜 대량 판매에 가깝다는 점은, 맞춤이라는 말이 주는 인상과는 다른 결을 갖고 있습니다.
이 사실은 소비자만이 아니라 판매자의 처지에서도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작은 브랜드나 새로운 아이디어는 이미 많이 팔린 상품 위주로 짜인 추천 구조 안에서 눈에 띄기가 더 어렵습니다. 알고리즘이 좋아하는 것은 이미 검증된 인기이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는 추천의 그늘 밖에서 스스로 길을 찾아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알고리즘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알고리즘을 아는 것
이 구조를 안다고 해서 알고리즘을 피해 살 수는 없습니다. 추천 기능은 실제로 유용한 정보를 빠르게 찾아 주기도 하고, 몰랐던 좋은 물건을 알게 해 주는 순기능도 분명 있습니다. 문제는 그 유용함과 유도를 구분하는 눈입니다.
검색 기록을 주기적으로 지우거나, 광고 맞춤 설정을 꺼 보는 것만으로도 노출되는 화면이 달라지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화면이 달라진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화면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 하나의 버전이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줍니다.
또 하나 도움이 되는 습관은 같은 물건을 다른 계정이나 다른 기기에서 검색해 보는 것입니다. 로그아웃한 상태에서 본 가격과 로그인한 상태에서 본 가격, 추천 순서가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지금 내가 보고 있는 화면이 얼마나 나만을 위해 설계되었는지를 가늠할 수 있게 됩니다.
캠핑 의자는 결국 필요했을까
몇 주 뒤, 그 캠핑 의자는 베란다 구석에 접힌 채로 놓여 있었습니다. 한 번도 캠핑을 가지 않았고, 앞으로도 계획이 없다는 사실을 그제야 인정했습니다. 산 것은 의자였지만, 정말 산 것은 화면이 반복해서 건넨 확신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결국 질문은 여기에 남습니다. 내가 요즘 자주 검색하고 자주 고민하는 그 물건은 원래부터 내 관심사였을까요, 아니면 화면이 반복해서 심어 준 관심일까요. 그리고 그 둘을 가리는 방법은 화면을 끄고 하루쯤 지나 보는 것보다 더 쉬울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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