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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커리어에 웰빙을 더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본문

이직 제안을 거절한 이유
연봉을 훨씬 많이 주겠다는 이직 제안을 받았습니다. 조건만 보면 마다할 이유가 없었지만, 결국 거절했습니다. 지금 회사에서 누리는 유연한 근무 시간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그 연봉 차이보다 더 소중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예전의 저였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결정이었습니다. 커리어에서 웰빙을 이렇게 중요하게 여기게 된 것이 언제부터였는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한때 커리어는 연봉과 직급으로만 평가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많은 사람이 그 기준에 웰빙이라는 요소를 함께 넣어 생각합니다. 이 변화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성공의 기준이 넓어진 배경
오랜 시간 일에 모든 것을 쏟아붓고 정작 삶의 다른 부분을 놓쳐 버린 사례들을 지켜보면서, 사람들은 성공의 기준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높은 연봉과 직급을 얻었지만 건강을 잃거나 관계가 무너진 이야기들은, 커리어의 성공이 삶 전체의 성공과 같은 말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었습니다.
이런 반성 속에서 웰빙은 커리어를 평가하는 새로운 기준으로 떠올랐습니다. 얼마나 버는지뿐만 아니라 얼마나 건강하게, 얼마나 지속 가능하게 일하는지가 함께 중요해진 것입니다. 이 변화는 일을 대하는 태도를 더 균형 잡힌 방향으로 이끌었습니다.
실제로 오랜 시간 무리하게 일하다 건강을 해친 뒤에야 삶의 우선순위를 다시 세운 사람들의 이야기는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이 쌓이면서, 무리한 성취보다 지속 가능한 속도를 택하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라는 인식이 조금씩 자리 잡았습니다.
웰빙이 또 다른 기준으로 변할 위험
그런데 이 웰빙이라는 개념도 잘못 다루어지면 또 다른 압박이 될 수 있습니다. 워라밸을 잘 지키는 것,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는 것 자체가 능력처럼 평가되기 시작하면, 웰빙을 챙기지 못하는 사람은 자기 관리에 실패한 사람으로 낙인찍히기 쉽습니다. 원래 삶의 질을 지키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 또 다른 성과 지표로 변질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일부 직장에서는 회복탄력성이나 스트레스 관리 능력을 채용과 평가의 기준으로 삼기도 합니다. 이런 흐름은 웰빙을 개인의 권리가 아니라 갖추어야 할 스펙처럼 만들어 버릴 위험이 있습니다.
게다가 구조적인 문제로 인한 소진을 개인의 웰빙 관리 부족으로 돌리는 경우도 생깁니다. 과도한 업무량 자체는 그대로 둔 채, 그 안에서 지치지 않는 사람이 유능한 사람으로 평가된다면, 웰빙은 그 구조적 문제를 가리는 포장지가 되고 맙니다.
이런 흐름이 계속되면, 정작 구조를 바꾸어야 할 목소리는 개인의 회복력 부족으로 치부되어 힘을 잃습니다. 웰빙이라는 좋은 개념이 오히려 구조적 문제를 덮는 데 쓰이는 역설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진짜 웰빙이 커리어에 더해질 때
진짜 의미 있는 변화는 웰빙이 평가 항목이 아니라 커리어를 설계하는 기준으로 스며들 때 일어납니다. 어떤 직무를, 어떤 방식으로, 어떤 속도로 할 것인지를 결정할 때 성과뿐 아니라 지속 가능성을 함께 고려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접근하면 커리어는 단기적인 성과의 총합이 아니라, 오래 지속할 수 있는 하나의 흐름으로 다시 그려집니다.
제가 이직 제안을 거절한 것도 이런 맥락이었습니다. 더 많은 돈을 버는 것이 당장은 이득처럼 보이지만, 그 과정에서 지금 누리는 지속 가능한 리듬을 잃는다면 장기적으로는 손해일 수 있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주변 동료들에게 이 결정을 이야기했을 때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이해한다는 사람도 있었고, 아깝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 엇갈림 자체가 웰빙과 성과 사이의 저울이 사람마다 다르게 놓여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 같았습니다.
각자의 기준을 스스로 정하는 일
웰빙과 성과 사이의 균형점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누군가에게는 높은 성취가 곧 웰빙이고, 누군가에게는 여유로운 속도가 웰빙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기준을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사회의 통념이 아니라, 자신의 삶 전체를 놓고 스스로 정하는 것입니다.
이 기준이 명확할수록, 눈앞의 유혹적인 조건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에게 맞는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연봉이라는 하나의 숫자만으로 커리어를 평가하던 시절보다, 지금은 훨씬 복잡하지만 그만큼 더 자신에게 맞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시대이기도 합니다.
이 기준을 세우는 데는 정답이 없습니다. 다만 몇 년 뒤의 나를 상상해 보고, 그 모습이 지금의 선택과 얼마나 이어지는지를 가늠해 보는 것이 하나의 실마리가 될 수 있습니다.
거절한 제안을 돌아보며
몇 달이 지난 지금도 그 결정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결정을 계기로, 제가 일에서 정말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더 분명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숫자로는 설명되지 않는 가치였습니다.
결국 질문은 여기에 남습니다. 우리가 커리어에 더하고 싶은 웰빙은 진짜 삶의 질을 위한 것일까요, 아니면 또 하나의 갖추어야 할 스펙이 되어 가고 있을까요. 그리고 그 답을 아는 것이, 우리가 다음 선택을 내릴 때 얼마나 중요한 기준이 될까요.
연봉 숫자가 아니라 몇 년 뒤의 내 모습을 먼저 떠올려 보는 습관이, 앞으로의 선택을 조금 더 선명하게 만들어 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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